어느 날 구글에서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제 비밀번호가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으니 바꾸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원래 비밀번호를 잘 잊어버리는 편이라 구글이 기억해주는 기능에만 의존하고 있었는데, 그 메일 이후로는 그 기능 자체를 믿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때부터 수첩에 비밀번호를 따로 적어서 관리했는데, 정작 급하게 로그인해야 하는 순간에 수첩이 없으면 비밀번호 찾기부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습니다.
이 문제를 계기로 별도 비밀번호 관리 앱을 알아봤고, 그중 무료 요금제 범위가 가장 넓고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Bitwarden을 직접 설정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Bitwarden을 기준으로, 설치부터 실제 보안 설정까지 단계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Bitwarden을 고른 이유
Bitwarden은 소스 코드가 GitHub에 전부 공개된 오픈소스 비밀번호 관리자입니다. 회사가 문을 닫거나 정책을 바꾸더라도 코드 자체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쇄형 서비스보다 신뢰도를 판단하기가 쉽습니다.
저장되는 데이터는 AES-256 비트 암호화와 솔트 해싱, PBKDF2 SHA-256 방식을 함께 적용해 보호됩니다. 이 암호화 방식 덕분에, 마스터 비밀번호를 모르면 Bitwarden 서버 운영진조차 내용을 열어볼 수 없습니다. 무료 요금제만으로도 비밀번호 개수 제한 없이, 여러 기기에서 동기화하며 쓸 수 있다는 점도 수첩 관리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체감되는 차이였습니다.
설치와 계정 생성
먼저 스마트폰에서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 Bitwarden을 검색해 설치합니다. 앱을 처음 실행하면 이메일 주소로 새 계정을 만드는 화면이 나오는데, 이때 로그인 이메일과는 별개로 마스터 비밀번호를 새로 정해야 합니다.
마스터 비밀번호는 절대 다른 사이트에서 쓰던 것을 재사용하면 안 됩니다. Bitwarden 자체에서도 비밀번호 강도 표시가 12자 이상부터 의미 있게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 12자 이상으로 길게 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외우기 쉬우면서도 남들이 추측하기 어렵게, 관련 없는 단어 서너 개를 이어 붙이는 방식이 실용적입니다.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으로 기존 비밀번호 옮기기
컴퓨터에서는 크롬 웹 스토어에서 Bitwarden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방금 만든 계정으로 로그인합니다. 이후 확장 프로그램 설정 메뉴에서 가져오기(Import) 기능을 실행하면, 크롬에 이미 저장돼 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 목록을 한 번에 Bitwarden 보관함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가져오기가 끝나면 크롬에 남아 있던 저장 목록은 정리하고, 이후부터는 로그인할 때마다 Bitwarden 확장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을 한 번만 해두면, 사이트마다 새로 입력할 필요 없이 저장된 계정 중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에서 자동 완성 켜기
모바일에서는 운영체제에 따라 설정 위치가 다릅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Bitwarden 앱의 설정 메뉴에서 자동 완성(Autofill) 항목으로 들어가야 하고, 기기에 따라 자동 완성 서비스 권한, 다른 앱 위에 표시 권한, 일부 기종에서는 접근성 권한까지 별도로 허용해줘야 정상적으로 동작합니다. 권한 요청 문구나 메뉴 위치는 제조사와 안드로이드 버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별도로 iOS 설정의 암호 항목에서 Bitwarden을 자동 완성 제공자로 지정해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설정을 마치면 앱이나 사파리에서 로그인 창을 누를 때 Bitwarden에 저장된 계정이 바로 위에 뜹니다. 최근에는 아이디·비밀번호 방식 외에 패스키를 저장하고 자동으로 로그인하는 기능도 지원하지만, 패스키 자체가 2단계 인증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서드파티 앱인 Bitwarden으로는 그 역할까지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은 참고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유출 경고와 보안 점검, 이제는 앱 안에서
구글에서 받았던 유출 경고 메일과 비슷한 기능이 Bitwarden 안에도 있습니다. 보관함 메뉴 안의 보안 감사(Vault Health Reports) 기능을 열면, 같은 비밀번호를 여러 사이트에서 재사용하고 있는지, 너무 짧거나 단순한 비밀번호가 남아 있는지를 목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목록을 기준으로 위험한 비밀번호부터 하나씩 바꾸면 되는데, 이때도 새 비밀번호를 직접 고민할 필요 없이 Bitwarden의 비밀번호 생성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원하는 길이와 문자 조합을 지정해 무작위 비밀번호를 만든 뒤, 그 자리에서 바로 보관함에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계정 자체의 안전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싶다면, Bitwarden 계정 설정에서 2단계 인증도 함께 켜두시기 바랍니다.
수첩 대신 Bitwarden으로 정리한 뒤 달라진 점
수첩으로 관리할 때는 수첩이 없는 순간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Bitwarden으로 옮긴 뒤로는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로그인만 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유출 경고를 받았을 때도 어느 사이트의 비밀번호부터 바꿔야 하는지 보안 감사 목록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예전처럼 당황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아직 수첩이나 메모장으로 비밀번호를 관리하고 계신다면, 오늘 마스터 비밀번호 하나만 정하고 계정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비밀번호관리 #비트워든 #Bitwarden설정 #비밀번호관리앱 #오픈소스보안 #자동완성설정 #비밀번호유출 #2단계인증 #계정보안 #스마트폰보안

댓글 쓰기